아침에 일어나고, 익숙한 길을 지나고, 해야 할 일을 끝냅니다. 하루는 특별한 일 없이 제시간에 흘러갑니다.
그러다 가까운 사람이 말합니다. 요즘은 깨어 있어도 자는 것 같다고. 곁에 있는데도 자꾸 멀리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억울합니다. 누구보다 성실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혼자 남으면 그 말은 쉽게 떠나지 않습니다.
하루는 기억나는데, 그 안의 나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자신 없이 계속된 하루
잠든 듯한 삶은 멈춘 삶이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잘 움직이는 삶에 가깝습니다. 알람에 맞춰 일어나고, 요청에 답하며, 하루를 빈틈없이 통과합니다.
몸은 지쳤는데 무엇을 견뎠는지는 흐립니다. 하루는 남는데 경험은 남지 않습니다.
삶에서 멀어진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빠진 채 모든 일을 해내는 사람입니다.
성실함은 남는데, 감각은 먼저 사라집니다.
반복은 하루를 이어 주지만, 삶까지 이어 주지는 않습니다.
감정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미뤄진 것
오래 이렇게 살다 보면 사람은 자신이 무감각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기쁜 일도 오래 머물지 않고, 불편한 일도 쉽게 지나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감정이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감정을 따라가는 순간, 지금의 삶을 다시 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은 늘 나중이라는 시간 속으로 밀려납니다.
무덤덤함은 감정이 없는 상태가 아닙니다. 반응을 너무 오래 미뤄 온 시간이 남긴 표정입니다.
남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동안
잠든 듯한 삶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루의 첫 선택이 늘 자신보다 바깥에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알람이 깨우고, 일정이 시간을 나누고, 알림이 시선을 가져갑니다. 하루를 시작하기보다 하루에 호출되며 살아갑니다.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무엇을 원하는지보다 무엇을 처리해야 하는지가 먼저 떠오릅니다. 삶은 경험이 아니라 처리 목록이 됩니다.
사람은 바빠서 자신을 잃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각보다 먼저 반응하는 시간이 길어질 때 삶에서 멀어집니다.
사람은 움직이지 않을 때보다, 자신 없이 움직일 때 더 오래 잠듭니다.
삶은 큰 결심보다 작은 멈춤으로 돌아옵니다. 잠시 멈추는 일이 잃어버린 감각보다 먼저 자신을 데려옵니다.
그 말이 먼저 알아본 것
누군가 당신에게 깨어 있어도 자는 것 같다고 말했다면, 그 사람은 당신의 성실함보다 먼저 사라진 반응을 본 것인지도 모릅니다.
예전에는 오래 바라보던 것들을 금세 지나치고, 좋아하던 이야기에도 표정이 쉽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하루는 그대로인데, 사람만 흐려집니다.
그 말은 게으름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삶 안에서 당신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발견입니다.
삶은 앞으로 가는데, 자신만 뒤에 남습니다.
다시 삶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깨어나는 일은 대단한 변화와 함께 오지 않습니다. 늘 지나치던 하루 안에서 자신의 반응을 다시 만나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억지로 웃지 않는 것, 피곤함을 외면하지 않는 것, 좋아하는 것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는 것. 삶은 그런 작은 멈춤에서 다시 자신의 시간이 됩니다.
달라지는 것은 일정이 아닙니다.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사람을 만나도, 그 시간을 살아내는 사람이 다시 그 자리에 있습니다.
사람은 눈을 뜨는 순간이 아니라, 자신의 감각이 다시 하루에 닿는 순간 비로소 깨어 있습니다.
하루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그 하루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