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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에 잠든 취객을 깨울 때

출근길 채팅 · · 약 5분 · 조회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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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아파트 벤치에서 잠든 사람을 바라보며 조용히 다가가는 경비원의 모습
새벽 순찰은 건물보다 사람을 먼저 마주하는 시간일 때가 있습니다.

새벽 두 시를 넘기면 벤치가 침대가 되는 날이 있습니다.

낮에는 아이들이 뛰놀고, 저녁에는 주민들이 잠시 쉬어 가던 그 자리입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모두 끊긴 뒤에는 누군가의 하루가 그 벤치 위에서 잠시 멈춰 있을 때가 있습니다.

한쪽 신발이 조금 벗겨져 있습니다. 휴대전화 화면은 희미하게 켜져 있고, 빈 캔 하나가 발끝에서 천천히 굴러갑니다.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는 술 냄새보다 먼저 적막이 다가옵니다.

순찰을 하던 발걸음은 그 앞에서 자연스럽게 느려집니다. 손을 뻗기 전에 먼저 숨을 바라봅니다. 가슴이 천천히 오르내리는지, 몸을 다친 곳은 없는지, 주변에 위험한 것은 없는지를 먼저 살핍니다.

그다음에야 이름을 불러 보거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립니다.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놀라며 벌떡 일어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연신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직 술이 덜 깬 채 다시 벤치에 기대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같은 벤치에서 시작된 장면인데도, 깨어나는 모습은 언제나 조금씩 다릅니다.

새벽 순찰을 오래 하다 보면 한 가지가 먼저 몸에 익습니다. 왜 술을 마셨는지보다 먼저 다친 곳은 없는지를 살피게 됩니다. 왜 여기에서 잠들었는지보다 먼저 혼자는 아닌지를 둘러보게 됩니다.

낮이었다면 이유를 먼저 떠올렸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새벽은 조금 다릅니다.

새벽에는 사람을 판단하는 시간보다 먼저, 사람을 확인하는 시간이 찾아옵니다.

그래서 깨우는 일은 늘 비슷해도, 손을 내미는 마음은 언제나 조금씩 다릅니다.

확인해야 하는 것은 술이 아니다

밖에서 보면 경비원의 일은 시설을 관리하는 일처럼 보입니다. 출입문이 제대로 잠겼는지 확인하고, 주차장을 한 바퀴 돌며, 이상이 없는지 살피는 일입니다.

하지만 새벽 순찰을 오래 하다 보면 발걸음이 먼저 멈추는 곳은 늘 사람이 있는 자리입니다.

벤치에 누군가 잠들어 있으면 가까이 다가가기 전에 먼저 숨을 봅니다. 가슴이 규칙적으로 오르내리는지, 몸을 다친 흔적은 없는지, 주변에 위험한 것은 없는지 조용히 살핍니다.

그제야 이름을 불러 보거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립니다.

놀라서 일어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무 말 없이 다시 벤치에 기대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재촉하기보다 잠시 곁에 서 있습니다. 비틀거리던 걸음이 조금씩 방향을 찾으면 함께 현관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깁니다.

자동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갑니다. 문이 다시 닫힙니다. 복도는 조금 전처럼 조용해집니다.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가는 사람을 조용히 바라보는 경비원의 모습
순찰은 공간을 도는 일이지만, 마지막까지 확인하는 것은 사람의 발걸음입니다.
새벽 순찰의 순서는 조금 다릅니다.

취했는지를 묻기 전에 숨을 살피고, 사정을 묻기 전에 걸음을 봅니다. 새벽에는 판단보다 확인이 먼저입니다.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서야 발걸음을 돌립니다. 그제야 다시 순찰이 이어집니다.

사람을 오래 마주하는 일은 판단을 서두르는 일이 아니라, 판단을 조금 늦추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조금 전까지 벤치에 누워 있던 사람은 어느새 자기 집으로 돌아간 입주민이 됩니다. 복도는 다시 조용해지고, 순찰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이어집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말의 의미

아침이 되면 벤치는 다시 비어 있습니다. 밤새 식어 있던 공기에도 사람들의 발걸음이 하나둘 이어집니다.

조금 전까지 그 자리에 누워 있던 사람도 평소처럼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출근을 하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밤에 있었던 일은 누구의 이야기도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새벽 순찰은 흔적을 남기기 어려운 일입니다. 남는 것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아무 일도 없었다는 평범한 하루뿐입니다.

새벽에는 아무 일도 기록되지 않는 날이 더 많습니다.

그 몇 분이 지나가면 아침은 늘 평소처럼 시작됩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잠시 멈춰 서 있었다는 사실도 조용히 사라집니다.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

왜 그 사람이 그 벤치에 누워 있었는지는 끝내 묻지 않습니다.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새벽에는 이유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동문이 열립니다. 한 사람이 천천히 안으로 들어갑니다. 잠시 뒤 문이 조용히 닫힙니다.

복도는 다시 적막해집니다. 그 소리를 들은 뒤에야 발걸음을 돌립니다. 다시 순찰을 시작합니다.

아침이 되면 그 벤치는 다시 비어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얼굴로 엘리베이터를 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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